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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일상

240605 신뢰 레이더

junha6316 2024. 6. 5. 09:41

 

어제 한껏 글을 적고 나니 마음이 나름대로 정리가 되었다. 멀쩡해보이지만 스스로의 지옥을 만들어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침에 준비하면서 신뢰에 대해서 생각했다. 신뢰는 아주 재밌는 특징을 갖고 있다.

 

* 참조가 된다.

신뢰하고 있는 사람이 신뢰하고 있는 사람은 신뢰할 수 있다. 당연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참조해서 신뢰할 수 있는게 신기했다.

현실성과 리스크 사이의 트레이드 오프인가? 모든 사람을 직접 경험해서 알 수 없으니 주변 관계를 통해 더 많은 인간을 탐색하는 방식으로.

 

* 양성피드백

신뢰가 높은 사람에게 신뢰가 높아질 확률이 높고, 신뢰가 없는 사람에게 신뢰가 없어질 확률이 높다. 그래서 관계가 맺어지기 시작했을 때 신뢰를 많이 쌓아두는 방식이 좋은 전략이다. 종종 이것을 레이더에 비교하곤 한다. 측정기기에는 해상도라는 개념이 있는데, 대상에 대한 식별을 얼마나 자세히 할지에 대한 지표다. 예를들어 비행기 레이더에서 현제 주변에 있는 비행체에 대한 식별을 어느정도 크기로 할지 해상도을 조절해서 정하는 것이다. 해상도을 너무 높이면 파리 같은 물체도 비행체로 식별하고, 해상도을 낮추면 헬리캐리어같이 큰 물제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측정할 것이다.

헬리 케리어

 

신뢰 레이더도 마찬가지다 신뢰가 높으면, 신뢰 레이더의 해상도가 낮아져 웬만한 일들도 신뢰를 어그러뜨리지 않는다. 반대로 신뢰가 낮아지면 해상도가 높아져 이전에는 안 보였던 일들도 레이더에 걸려 신뢰를 낮춘다. 즉 신뢰를 쌓은 채 시작한 관계는 계속 좋아질 확률이 높고, 아닌 관계는 계속해서 안좋아질 확률이 높다. 검증된건 아니고 그냥 뇌피셜이다.

 

이런 신뢰 레이더 관점에서 많은 인간관계의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데, 이는 신뢰가 타인과 나 사이에 일어난 일을 해석하는 기본적인 방향이 되기 때문이다. 좋은 쪽으로 할건지, 나쁜 쪽으로 할건지. 만약 무한 신뢰관계가 있다고 하면, 그 사람 사이에 나쁜 일이 있었다고 해도,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 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예로 신과 인간, 교회밖에 안 다녀서 잘 모르겠지만, 교회 사람들은 보통 이런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교리적으로 해석 불가능한 일들을 해석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신뢰가 전혀 없는 관계에서는 뭐만해도 바로 이 사람 나한테 일부로(or 피해를 주기위해) 그러는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인간관계의 문제를 신뢰의 문제로 귀결시켜서 얻을 수 있는게 있냐?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신뢰로 잘 설명된다 뿐이지
"신뢰가 없어서 그래, 신뢰를 다시 쌓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이런 식으로는 관계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 

신뢰를 줘야하는 쪽과 신뢰를 가져야하는 쪽의 무한 딜레마 문제가 있다.

신뢰 줘야하는 쪽은 "왜 나는 노력했는데, 안 알아주지?"

신뢰를 가져야하는 쪽은 "왜 변하지 않지?"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있는 쪽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먼저 가불해야한다. 미래의 신뢰를 빌려오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관계가 어그러진다면.. 일정 시점에서는 신뢰가 파산한다.

 

* 없다는 개념이 없다.

일반적으로 "이 사람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 과 같은 표현을 쓰곤하지만 신뢰가 없다는 개념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없는 건 아니고 사실 이런 말로 다시 해석할 수 있다. "저 사람이 잘 못할거라는 신뢰가 있어" 그냥 말장난이긴한데 더 넓은 개념으로 사용하면 그렇다는 뜻.

신뢰라는 단어가 긍정적으로 사용되서 그런걸 수도. 믿음,,?

 

작년부터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를 겪으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을거 같아서 적어보았다. 여전히 이렇게 분석해서 생각해봐도 현실의 문제는 잘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게 관념의 문제인가..